“즉흥적 삶과 흥미로운 작업 속 자신을 더 찾아간다”

찰스 장. (사진 = 김성호 기자)

▲ 찰스 장. (사진 = 김성호 기자)

예술가는 자유로운 직업일까? 일반적으로 그들은 무척 자유로워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자신이 원하는 그림만 그려서는 먹고 살기 어려운 세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전업 작가는 그림으로 자신을 말하고 생계를 유지하는데 이런 현실이 자유를 억압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화가는 정말 흔히 말하듯 배고픈 직업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11월, 초겨울 찬바람이 거세게 불던 어느 날 인사동 한 갤러리에서 몸을 녹이던 중 만난 젊은 작가 찰스 장은 이렇게 말한다. “자유로운 작업 속에서 마음은 항상 즐겁고 풍요롭다”고. 힘이 넘치는 말투로 얘기하는 찰스 장은 30대의 아직 젊고 해야 할 일이 많은 작가다.

찰스 장은 어릴 때부터 화가가 꿈이었다. 어린 시절 많은 대회에 출전해 상도 받고 중·고교 시절 모두 미술부에서 활동했다. 이후 용인대 미대에 입학해 공부했으며, 군대를 제대한 뒤 대학에 복학하기 전까지 미국 LA에서 그라피티 아트(낙서 미술) 작업을 하며 2년 동안 활동했다. 

무엇보다 찰스 장이 미술에 더욱 매진하는 전환점이 된 계기는 그라피티였다.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고모를 찾아뵙기 위해 LA로 갔다”며 “당시 LA에 그라피티가 많았는데 보는 순간 남다른 느낌을 받았고 미술에 대한 생각이 트였다”고 말했다.

그의 삶은 대단할 정도로 즉흥적이다. “대학 졸업 뒤 영어를 배울 겸 단돈 50만 원을 들고 혼자서 호주에 갔다”며 “그곳에서 토마토농장 청소, 레스토랑 서빙, 가라오케 청소, 백화점 청소까지 궂은 일은 다 해 봤다”며 “그렇게 모은 돈으로 중고차를 한 대 사서 호주를 여행했으며 남들이 말리는 사막횡단까지 도전했다”고 덧붙였다. 



RobotTaekwonV 2009 Acrylic on Canvas 116.8x91cm <br />

▲ RobotTaekwonV 2009 Acrylic on Canvas 116.8x91cm 

HappyRobots 2008 Acrylic on Canvas 250x350cm<br />

▲ HappyRobots 2008 Acrylic on Canvas 250x350cm

Girl 2009 Oil Pastel on Paper  98x79cm

▲ Girl 2009 Oil Pastel on Paper 98x79cm

찰스 장의 즉흥 여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다시 한국에 들어온 몇 개월 뒤 또 다시 캐나다로 떠났다. “캐나다 로키 산맥 밑에 있는 밴프 지역으로 가서 호텔 방 청소 같은 일을 하며 1년간 살았다”며 “당시 틈틈이 그림도 그리면서 공부도 병행했다”고 말했다. 

이런 즉흥적 여행을 통해 자신의 작업이 지금에 이르렀다는 그는 “호주는 원주민 미술이, 캐나다는 인디언 미술이 유명한데 이들 작업의 화려하고 판화 같은 기법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작업을 시작한 찰스 장은 흘러내림과 타오름을 주제로 작업을 시작했다. 흘러내림과 타오름에 대해 찰스 장은 “내 기쁨과 열정은 타오름으로, 슬픔과 외로움은 흘러내림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찰스 장의 대표적 작품으로 볼 수 있는 마징가와 태권브이 등 기존 작품에서는 그림 속 캐릭터가 불타오르면서도 흘러내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다양한 작품으로 그때그때 다른 스타일을 보이는 그는 작업도 즉흥적으로 한다. “이미지 작업을 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영어 공부를 하려고 이태원의 만화 책방에서 영어 만화책을 샀고 만화에 영향을 받아 작업을 시작했다”며 “관심 있는 주제가 생기면 바로 작업으로 풀어간다”고 말했다.


경기도 양평 찰스 장의 작업실 <br />

▲ 경기도 양평 찰스 장의 작업실 

작가라면 상업적인 측면을 배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찰스 장은 “그림이 잘 팔리도록 작업을 해 봤지만 내게는 맞지 않았다”며 “판매에 신경을 쓰면 답답한 느낌이고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이런 요소들을 배제하고 작업을 하며, 작가에게 자유로움은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그는 “즐거움과 흥미를 갖고 작업을 해야지 스트레스와 고통을 받고 작업할 바에야 왜 작가를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가 미술을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자유로움과 흥미, 그리고 즐거움이다. 이런 의미가 없다면 작품도 나올 수 없다고 말한다. 

작업 속도가 빠른 찰스 장은 평면 작업을 주로 하는데 선을 중시하는 면도 강하다. “즉흥적인 작업이 많은데 작업하다 흥미를 잃으면 그 자리에서 멈춘다”며 “거기까지가 작품의 완성이 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자유로움과 흥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그는 웃으며 “내가 좋아서 작업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좋은 작업이 나온다”고 했다.

찰스 장에게 있어 작업이란 놀이며, 휴식이며, 사랑이며, 열정이며, 일기다. 또한 그에게 그리는 행위 자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임하느냐가 중요하며, 이는 곧 세상과의 통로가 된다.

활발한 활동과 성실함으로 주목받는 젊은 작가 찰스 장은 앞으로 더욱 진한 손맛이 들어간 작업과 자신을 더 찾아가는, 그리고 더 즐길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즐거움이 담긴 작품으로 보는 사람도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작업을 계속 해 나가겠다는 다짐이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 김대희 기자

2009-11-23


원문 : http://weekly.cnbnews.com/news/article.html?no=103894